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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21 12:02
이대호 선수 --"새벽 3시, 아내 손 잡고 울었다… 롯데를 떠난다니"
 글쓴이 : 원오사
조회 : 6,050  
"새벽 3시, 아내 손 잡고 울었다… 롯데를 떠난다니"
이대호, 해외 진출 선언
조선일보 | 김동현 기자 | 입력 2011.11.21 03:15 | 수정 2011.11.21 11:25 | 네티즌 의견 보기

"롯데에 해외 진출 의사를 밝히고 집으로 돌아온 뒤 아내와 새벽 3시까지 얘기하면서 둘이서 많이 울었습니다. 롯데를 떠난다는 게 너무 섭섭하고 아쉬워서…."

지난 19일 롯데와의 자유계약선수(FA) 우선 협상 테이블에서 해외 무대 도전을 이유로 재계약을 포기한 이대호 (29)는 "머리가 복잡해서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롯데는 그에게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액인 100억원(보장금액 80억원, 옵션 20억원)을 제시했지만 일본 진출 뜻을 굳힌 이대호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했다.

↑ [조선일보]롯데 잔류 대신 해외 진출을 선택한 이대호.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이대호의 행선지는 일본 프로야구의 오릭스 버펄로스가 유력하다. 오릭스는 시즌 후반 구체적인 금액(2년간 5억엔)까지 밝히며 현지 언론을 통해 "이대호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 시즌 팀타율 0.248(리그 4위)에 그쳤던 오릭스는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한 우타자 영입이 절실하다. 재일교포가 많은 오사카와 고베가 연고지여서 한국 선수의 마케팅효과도 크다는 게 올해 박찬호 · 이승엽 을 영입했던 오릭스의 판단이다. 20일 오전 이대호와 연락이 닿았다. 수화기 너머 이대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결정을 내리고도 아쉬움이 남은 듯했다.

◇"롯데 100억 제의에 깜짝"

이대호는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롯데는 17일 두 번째 협상 때 4년간 총액 100억원을 제안했다. 심정수(은퇴)가 삼성과 사인했던 종전 FA 최고 계약(총액 60억원)보다 40억원이나 많았다.

"제 생각보다 금액이 높아 깜짝 놀랐어요. 구단에서 그렇게까지 배려해주는 것이 고마웠죠. 100억원이면 한국 시장에선 정말 큰돈 아닙니까?"

내년 1월 첫 아이 출산을 앞둔 부인 신혜정(29)씨 생각도 해야 했다. 이대호는 "아내는 내 의사에 따르겠다고 힘을 줬지만 갓 태어난 아기를 일본에서 키우려면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고 했다.

더 큰 걱정은 고향 팬들의 반응이었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 입단해 11년간 활약했다. 이대호에 대한 부산 팬들의 사랑과 자부심은 각별했다. 이대호는 "내가 롯데를 떠나면 팬들이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낄까 봐 정말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다시 심장을 불태우고파"

그럼에도 이대호는 결국 '해외 진출'을 택했다. 이대호는 "한국에 남으면 너무 편하게 야구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현재 모습에 안주해서 발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는 뜻이다. 이대호는 "조금이라도 젊고 자신 있을 때 도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선수로서 가장 (기량이) 좋을 때는 지금"이라고 했다.

이대호는 19일 자신의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롯데는 아쉽지만 이대호의 결정을 존중했다. 협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대호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한 번 더 심장을 불태워보고 싶다"고 했다.

"협상 후 양승호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롯데 감독으로선 잡고 싶지만 야구 선배로선 후배 도전을 어떻게 막느냐며 일본에서 성공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이대호는 "좋은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오셨는데, 정말 죄송하고 마음 아프다"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떠나면 참 모양새가 좋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내년에는 '이대호 없이도 롯데는 강하다'는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선·후배들이 힘을 잘 합쳐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이젠 한국의 4번 타자로 뛴다"

이대호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일본의 오릭스다. 하지만 그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오릭스가 적극적으로 '러브 콜'을 보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 팀에서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파악해야 하니까 일단 제시 조건을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대호의 협상은 일본 현지 대리인이 맡는다. 이대호는 이미 이승엽(35)의 에이전트였던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그는 "변호사에게 협상을 위임했다"며 "변호사가 내게 전화로 협상 진행 과정을 알려주기로 했고, 추후에 (어느 정도 합의가 되면) 나도 일본으로 건너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이대호는 "좀 있으면 아기가 태어나는데, 그렇게 멀리 떠나기는 어렵다"며 "메이저리그 쪽은 일본에서 2년 정도 뛰고 나서 또 도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대호는 "곧 출산하는 아내는 내년 4월 시즌 개막에 맞춰 일본에 오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대호는 "내년에 반드시 롯데의 4번 타자가 어떤 실력인지를 일본에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으로는 한국 팬 전체를 생각하며 뛰겠습니다. 국위선양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죠. 이제는 롯데의 4번 타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4번 타자로 활약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