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농부가 시장에서 암소 한마리를 사오다가 자신도 목이 마르고
소도 물을 먹일 겸 냇가로 가서 물을 먹는데
소가 말을 잘 듣지 않자 궁둥이를 걷어차게 되었다.
이 소도 화가 났던지 뒷발로 주인의 낭심을 차서 즉사하게 만든다.
이 소식을 접한 죽은 사람의 아들들은 소를 잡아 갈기갈기 찢어
여러 사람들에게 팔아 버린다.
이웃 동리에 사는 사람이 소머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가는 도중,
정자나무 가지에다 소머리를 걸어두고 그 아래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는데,
걸어놓은 소머리가 떨어져 자는 사람 목에 뿔이 꽂히게 되니
소리없이 죽고만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고 역시 죽은 이의 아들은
소머리를 가져다가 가마솥에 넣고 푹푹 삼기 시작했다.
소에 대한 분풀이였겠지만
아궁이에 장작을 터지도록 쑤셔넣고
아내와 밭일을 하러 갔다 돌아와보니
잠 재워놓은 두 살짜리 아들이 안보였다.
이곳저곳 찾았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걸음도 못 걷는 어린아이가 멀리 갈 수는 없을 터이고
잡히는 데가 있어 가마솥을 열어보니
소머리와 함께 그만 삶아지고 있었다.
잠에서 깬 어린아이가 엉금엉금 기어가서 부엌과 연결 된
밑창문을 열고 떨어지다 보니, 걸쳐서 엎어놓은
나무판자 두껑이 뒤집어지며 솥으로 들어가고 만 것이다.
아이의 부모와 동리 사람들은 소 한 마리가 세 사람을 죽였으니,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삼생(전생, 금생, 내생)의 인과를
훤히 통하여 아는 현자에게 묻는다.
현자는 조용히 말을 들려 준다.
우주법계의 생성변화나, 얽혀 돌아가는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한 현상이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난다.
나는 새가 기류를 탈 줄 알기에 수만 리를 날고
물고기가 물살을 가를 줄 알기에 몇 천리를 거슬러 올라가듯이,
인간이 인연의 도리를 안다면 순리대로 사는 세상이 되겠지만
순리를 모르기에 이번과 같은 일도 일어나게 되는 것이리라.
하루살이는 하루가 전 생애이며
메뚜기는 한 철이 모두라고 착각을 하듯,
우리 또한 칠팔십 년이 우리의 전 인생인 줄 착각을 하나 그렇지가 않다.
암소 한 마리가 세사람을 죽인
이 인연도 금생에 일어난 우연의 일이 아닌 것이다.
전전(前前) 수십 생 전에 암소는 주막에서 음식을 파는 노파였고,
죽은 세 사람은 장사를 하고 다니는 장똘뱅이들이었다.
숙박비를 후하게 치르겠다며 며칠을 묵은 세 사람은,
먹고 마신 값은 고사하고 말 한 마디없이 그냥 도망치고 만다.
뒤늦게 알고 쫓아가서 값을 요구했으나,
세 젊은 사람들은 노파를 때려 죽이고 말았다.
노파가 죽어가며 저주하기를,
"이 놈들! 내가 힘이 없어 너희들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만
어느 생엔가 기운 센 축생이 되어서라도 이 원수를 꼭 갚고 말겠다."고
악을 쓰며 죽어 갔던 것이다.
그 인연이 금생에 암소와 세 사람으로 태어나,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모두 내가 죄를 지어 내가 받은 것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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