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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2-02 19:21
망두석과 화두 2
 글쓴이 : 돌부처
조회 : 3,370  
예전에 비단장수가 비단을 팔러 다녔다. 산을 넘다가 몸이 고단해서 양지 바른 곳에서 비단짐을 베고 낮잠을 잤다. 한참 자고 일어나 보니 베고 자던 비단을 잠든 사이 누가 훔쳐갔다. 그 비단을 팔아서 먹고 살던 처지에 그것을 누가 훔쳐 갔으니
살 길이 막연해서 고을원님께 소지를 청했다. 소지라는 말은 지금으로 치면 진정서를 낸다는 말과 비슷하다. 원이 비단 장수에게 자세히 말하라고 하자
  “예, 소인이 비단을 팔러 다니다가 비단짐을 베고 잠든 사이에 어는 놈이 비단 짐을 몰래 가져갔습니다.”
“그럼 누가 본 사람이 없느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무엇이 봐도 봤겠지.”
  자꾸 다그쳐 묻자 비단장수가 말했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습니다. 망두석이나 봤으면 봤을까.”
  “망두석이 있더냐?”
  “예.”
  “그럼 사령들은 듣거라. 그 망두석 범인을 봤을테니 속히 망두석을 잡아 오너라.”
  원의 명령이라서 어쩔 수 없이 망두석을 잡으러 가지만 아전들이 웃는다.
  “망두석이 보기는 무얼 봤다고.. 사또가 참 시원치 않군.”
  하고 조소를 하였다.
  아전들이 망두석을 묶어다 동헌 뜰에 엎어 놓았다. 원이 망두석을 보고 심문을 시작한다.
  “망두석 듣거라! 비단 장수가 비단을 베고 자다가 비단을 잃어 버렸다고 하는데 네가 범인을 보았을 테니 본대로 바로 말하렷다.”
  하지만 망두석이 어디 말할 수가 있나, 원이 노발대발하며
  “저 놈을 장판위에 올려놓고 매우 쳐라!”
  사령들이 곤장으로 망두석을 토닥토닥 치니, 이 희한한 광경을 지켜보고 서 있던 구경꾼들이 어찌나 우습던지 폭소를 터뜨리고 아전들도 웃고 모두들 웃으며 속으로 저 세근 없는 사또의 하고 있는 꼴 좀 보라는 듯이 수군거리자 사또가 노발대발하며
  “저기 웃는 놈들을 모조리 잡아 가두어라. 사또가 정사를 다스리는데 무엄하게 조소하고 저렇게 소란을 피우니 저런 놈들은 좀 때려야 하니까 우선 가두어 놓아라!”
  사또가 명령을 내려 잡아 가두게 하자, 도망친 사람도 있고 미쳐 달아나지 못하고 붙들린 사람이 한 삼십여 명이나 되었다. 사또가 아전을 시켜 은근히 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전하기를
  “너희들이 사또께서 치민治民 치정治政하는데 조소하고 소란을 피웠으니, 그 죄로 비단 한 필씩만 가져오너라. 그러면 놓아 줄 것이다.”
  모두들 어서 나갈 생각으로 그 가족 되는 사람들에게 비단 한 필씩 가져오게 해서 전부 나갔다. 그렇게 해 걷어 들인 비단을 쌓아 놓고 비단장수에게 네 비단이 여기 있는가 찾아보라고 하니, “이것도 제 것이올시다. 저것도 제 것이올시다.”하며 여러 필을 찾았다. 사또가 나졸들을 시켜서
  “이 비단을 어디서 샀는가, 그 산 곳과 사람을 비단 가져온 사람에게 알아 오너라.”
  여러 필을 골라 가지고 산 곳을 캐보니 아무 동네 아무개에게 산 것이 드러나서 
그 사라마을 잡아 들여 엎어 놓고 몇 차례 때리니까 전부 얘기한다.
  “제가 어느 곳을 지나다 보니까 비단을 베고 자기에 욕심이 생겨서 가져갔습니다.”
  다른 사람의 비단은 다 임자에게 돌려주고 비단 장수의 비단은 전부 찾아 주었다.  망두석을 곤장 칠 적에 모두 웃었지만 진범인 도둑이 거기서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어떤 것이 불법佛法의 적실한 뜻입니까?”
  “뜰 앞에 잣나무〔庭前栢樹子〕니라.”
  자기 자성自性 자리를 찾는데, 왜 얼토당토않은 잣나무는 찾는가.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삼麻이 서 근〔麻三斤〕이니라.”
  이 모두 내 마음 찾는 데는 얼토당토않은 십만 팔천 리 밖의 말이다. 그러나 이것을 들어 의심하고 참구參究하여 구경究竟에 나아가 무아의 경지에 이르면 앞에 말한 망두석을 잡아다가 때리는데 도둑놈이 잡히듯이 무위진인無爲眞人, 위位가 없는 참된 사람이 나타난다.
  얼토당토않은 것이지만 그것을 자꾸 참구하면 자기의 본성을 볼 수 있다. 망두석을 치는 데, 도둑놈이 나오고 마른 똥 막대기, 또는 삼 서 근 등을 참구하여 구경에 가면 위가 없는 참된 사람이 나온다. 이 몸을 자기라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이론적으로 따져봐야 이것은 부모의 물건이지 내 물건이 못 된다.
  참된 자기는 눈앞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역력히 외로이 밝은 그 자리가 참된 자기이니 그것을 알 수 있을 때까지 공안을 참구하여야 한다. 요사이 처음 발심하여 출가한 이들에게 말하여 주기를
  “바보가 되거라. 사람 노릇 하자면 일이 많다. 바보가 되는데 참 사람이 나온다.”
  한다.
  참선參禪하는 이들이 마삼근麻三斤이나 정진백수자庭前栢樹子나 무無자나 간시궐乾屎橛 등 천 칠백 공안 중에 하나를 들고 자꾸 참구하여 나아가 지극히 고요한 경지에 이르면 본래 이 자리가 고요한 것이지만 편안함이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아늑함이 생긴다. 몸과 마음이 지극히 편안해진다.
  그러다가 더 나아가면 내 마음 본래 맑은 지극히 맑은 그 경지에 이른다. 거기서 밝은 데 이르러 통하게 된다. 어두운 것이 없어지면 밝아진다. 이 도리는, 오고 가고 죽고 사는 것이 본래 공하고 알고 모르고가 없는 것이나 말을 하자니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 하면 자기도 물에 들어가야 하는 격이다.
  옛 성현이 말하기를, 범부는 유有에 머물고 소승은 무無에 머물고 보살은 유.무에 머물지 않나니 이 또한 자기 마음으로 망상을 내는 것이다. 색〔色=質量〕이 색이 아니니 저 색에 물들지 않으며 색이 비색非色이 아니므로 비색非色에도 물들지 않는다. 또한 견見을 보지 않으며, 불견不見함도 보지 않으니 이 이름이 견법見法이며, 안다는 지知를 알지 못하며 또한 알지 못하는 것까지라도 알지 못하니 이 이름이 지법知法이다. 이러한 견해를 짓는 이것을 이름하여 망상妄想이라 하였다. 수행하는 이는 이것을 재삼 살펴 볼 일이다.

  달빛은 구름에 어려 희고
  솔바람은 이슬에 젖어 향긋하네
  좋다 이 참 소식이여
  머리를 돌이켜 자세히 보아라

  月色和雲白
  松聲帶露香
  好箇眞消息
  回頭仔細看

할 한 번 하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