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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2-23 14:01
한 손가락 禪 2
 글쓴이 : 돌부처
조회 : 3,616  
꿈이라는 것은 허망한 것이다.
  꿈의 종류가 많이 있는데 신령한 꿈도 있고, 삿된 꿈, 헛된 꿈, 요란한 꿈, 망상의 꿈, 잡스러운 꿈, 놀라는 꿈, 슬픈 꿈, 길상의 꿈, 기쁜 꿈, 악한 꿈 등등이 있다.
  망상이 없으면 꿈이 없는데, 하루 종일 이 생각 저 생각 하는 것이 밤에 꿈으로 나타난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밤에 잠을 자야 할텐데 자다가 꿈 가운데 도둑에 쫓긴다든지 매를 맞는다든지 불이 나서 고함을 지른다든지 하여 잠도 편히 못 자고 소동을 벌인다. 이 모두 마음 가운데 망상을 비우지 못했기 때문이니 마음을 잘 비워야 사바세계를 무대로 삼고 연극한바탕 잘 할 수 있다. 망상 번뇌를 비우고 참된 생각, 바른 생각, 밝은 생각, 오묘한 생각을 지녀야 그렇게 되는 것이다.
  꿈은 좋고 나쁘고 간에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 무주務州 금화산에 구지선사俱胝禪師가 수도를 수십 년간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하루는 좌선을 하고 있는데, 어떤 여인이 갓을 쓰고 들어와서 구지 선사를 세 번 돌고 그냥 나가려한다.
  구지 선사가 여인에게
  “서라.”
  하자, 그 여인이
  “내가 지금 빙 돈 것에 대하여 한마디 이른다면 머물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설 수 없다.”
  구지 선사가 답을 못하자 그냥 휙 나가 버린다.
  평생을 바쳐 공부했지만 그 도리를 깨닫지 못하였으니 알 수가 있나. 더군다나 한 여인에게 모멸까지 당하였으니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겠는가.
  혼자서 탄식하기를
  “대장부가 평생 공부를 하여 여인보다 못하여 모욕을 당하였으니 더 살아볼 가치가 없다.”
  하고는 그날 저녁에 죽을 각오를 하였다.
  그날 밤 허공에서 꿈도 생시도 아닌 가운데 무슨 말이 들렸다.
  “내일 육신보살이 와서 법을 일러 줄 터이니 기다려라.”
  육신 보살이란 우리와 똑같이 몸을 가지고 있는 대보살을 말한다.
  꼭 죽으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런 기적 같은 일을 당하고 나서는 죽지 않았다.
  그 이튿날 누가 올 것인가 하고 아침부터 기다렸다. 아침을 먹고 나니 어떤 노장 님이 걸망을 지고 휴­우 하고 들어선다. 천룡화상天龍和尙이었다. 육신 보살이 왔는가 보다하고 인사를 하고 나서 어제 당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였다.
  “어제 밤에 꼭 죽으려고 하였는데 허공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서 안 죽고 기다렸는데 스님께서 오셨으니 잘 지시를 하여 주십시오.”
  “그럼 내가 그대와 같이 앉아 있을 테니 갓을 쓰고 그 여자가 빙 돌고 나가듯이 하게나.”
  구지 선사가 갓을 쓰고 세 번 빙 돌고 나가려하니 천룡화상이
  “거기 좀 서라.”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을 한번 이르면 서려니와 그렇지 모사면 머룰 수 없다.”
  그때 천룡화상이 손가락을 쑥 내보였다.
  거기서 구지 선사가 깨달았다. 자기가 참구參究하던 진리를 활연히 깨닫고 본성을 알았다.
  그 후 누가 법문을 들으러 오든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의 이 한 손가락에 백 천가지 삼매와 무량한 오묘한 이치가 있다. 내가 천용 화상에게 한 손가락선一指禪을 얻어서 일생동안 수용해도 다함이 없다.”
  누가와도 손가락만 내 보였지 다른 법문은 다른 법문은 안 했다.
  어느 날, 먼 곳에서 구지 선사에게 어떤 사람이 법을 물으러 왔는데 마침 구지 선사는 출타하고, 시봉하는 어린 동자 하나가 암자를 지키고 있었다. 동자에게 
  “내가 수백 리 밖에서 법문을 들으러 왔는데 스님이 안 계시니 큰일이구나.”
  하고 걱정을 하니 동자가 말했다.
  “우리 스님 법문은 나도 할 수 있습니다. 나한테 듣고 가시면 됩니다. 우리 스님 법문은 내가 많이 보고 들어서 나도 여간 잘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천진한 말이다.
  “그럼 네가 좀 해 주렴.”
  “그럼 어떤 것이 불법의 적절한 뜻입니까? 하고 물으십시오.”
  “어떤 것이 불법의 적절한 뜻인가?”
  하니 동자가 손가락을 내민다.
  “우리 스님의 법문이 늘 이렇습니다.”
  그 사람이 법문을 잘 듣고 갔다.
  구지 선사가 돌아오니까 시자가 말하기를
  “스님이 어디 가셨을 때에 수백 리 밖에서 어떤 사람이 스님께 법문을 들으러 와서 안 계시니 어찌나 걱정을 하던지 제가 대신 법문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해주었느냐?”
  “어떤 것이 불법이 적실한 뜻이냐고 물으라 하고는, 그렇게 묻자 손가락을 내어 보였습니다.”
  구지 선사가 칼을 몰래 갈아서 감추고 있다가 시자를 불러서
  “너. 아까 그 법문 새로 한 번 해 보아라.”
  “ 어떤 것이 불법의 적실 한 뜻이냐?”
  하니까, 시자가 손가락을 쑥 내민다.
  손가락을 꽉 거머쥐고 칼로 싹둑 끊어버렸다. 동자가 아파서 울며 달아나는 것을 부르니 돌아보는 데 또 묻는다.
  “어떤 것이 불법의 적실 한 뜻이냐?”
  동자가 또 손가락을 쑥 내미는데 손가락이 있어야지, 손가락이 없는 그것을 보고 동자는 활연히 깨달았다. 자기 스님은 손가락을 보고 깨닫고 자기는 손가락 없는 데서 깨달았다.
  이 법은 있는 데도 없는 데도 속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오묘함이 있다. 구지 선사의 얻은 것은 손가락에 있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을 여윈 것도 아니다.
  다른 스님네의 법문은 해석이 있지만은 이 구지선사의 손가락 법문에는 해석이 없고 다만 정주汀洲 법연선사法然禪師의 송頌이 전하여 오고 있다.

  아름다운 미인은 자고 나서
  머리도 빗지 않고, 금비녀로 단장도 하지 않고
  분을 바르지 않아도 살결이 원래 곱고
  자태가 너무나 요염하여 그대로 풍류일세
  佳人睡起瀨梳頭
  把得金釵揷便休
  大抵還他肌骨好
  不塗紅粉也風流

  이 게송의 뜻은 무어냐 하면 구지선사의 손가락 드는 법문은 해석을 붙이지 않아도 눈 밝은 사람이 그대로 보면 그만 안다는 뜻이다.

  하늘이 맑으니 해가 빛나고
  비가 내리니 대지가 젖도다
  생각을 다해 다 설파하였는데
  다만 믿지 않을까 두렵도다
  天晴日頭出
  雨下地上濕
  盡情都了說
  只恐信不及

  할 한 번 하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