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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0-13 11:18
홍도스님의 이야기
 글쓴이 : 돌부처
조회 : 3,583  
법좌에 올라 시자侍者를 불러 일주청향一炷淸香을 사르게 하고 이르시기를
  오늘 법문法門은 시자를 시켜서 향로에 향을 하나 꽂게 한 그 곳에 다해 마친 것이다. 여기에 모든 법문과 팔만장경八萬藏經의 이치가 다 들어 있는 것이다.
  이 선원禪院은 인생대학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누구든지 자기에게 있는 자성자리를 못 밝히면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이다. 나의 자성自性자리를 밝히고 나의 주인공을 밝히고 나한테 있는 부처자리를 밝히는 이 일은 하는 곳이 선원이다. 향하나 꽂는 데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여기에 깊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밤엔 물소리와 소스락거리는 댓잎소리
  낮엔 앞산에 피어오르는 흰 구름 자락
  도인이 마주보고 껄껄 웃으니
  봄 새가 녹수간에서 재재거리네
  夜聽水流庵後竹
  晝看雲起面前山
  道人相見呵呵笑
  春鳥喃喃綠水間
 
댓잎이 와스락거리며 흔들리는 소리, 구름이 피어오르는 정경, 여기에 모든 것이 넉넉하게 꾸려져 있으니 도 닦는 이들은 이러한 살림살이를 음미해 볼 만한 일이다.
  우리가 서울로 부산으로 어디로 다니더라도 실은 조금도 움직인 것이 아니다.
몸이 움직인 것이지 이 마음자리는 움직인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오고 가고 해도 일찌기 오고감이 없고 하나도 본 것이 없다. 왜 하루 종일 봐도 본 것이 없다고 하는가. 진리를 모르면 이 말이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루 종일 웃어도 웃은 것이 없고 하루 종일 즐거운 일이 있더라도 즐거움이 없고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앉은 적이 없다.
  하루 종일 보고 들어도 보고 듣는 이 당체 자리는 본래 보고 들음이 없는 것이다.
  봄이 와서 날이 따뜻하고 바람이 화창한 것은 수도인의 가풍이요, 버들이 푸르고 복사꽃이 붉은 것은 수도인의 수용需用하는 곳이다. 문을 거쳐서 들어오는 것은 참된 보배가 될 수 없다.
  그러면 필경에는 어떻게 서로 보겠는가.

  서로 함께 있을 땐 덤덤하더니
  오지 않자 불현듯 생각키우는구나
  相見亦無事
  不來忽憶君

이것은 참 재미있는 의미가 들어있는 글귀이다.
탐욕과 성내는 것과 어리석음, 이것이 삼독三毒이요 삼계三界요, 삼악도三惡道이다. 탐욕이 차면 아귀보餓鬼報를 받고 성을 자주 내면 지옥에 떨어지고 어리석음이
무거우면 축생이 된다. 탐심은 욕계欲界가 되고 성냄은 색계色界가 되고 어리석음은 무색계無色界가 된다. 이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들어서 모든 악취惡趣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 삼독三毒을 능히 굴려서 삼취정계三聚淨戒로 삼고 육식六識의 육적六賊을 능히 굴려서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삼으면 자연히 모든 고통에서 영원히 떠날 것이다.
  예전에 금강산 돈도암頓道庵에서 있었던 일이다.
  홍도弘道 스님이 우연히 그 암자에 가보니 푸른 뱀이 나와서 꼬리로 모래밭에 글을 쓰는 데 글 내용이 사람을 경책警策하는 글이다.

  내가 다행히 사람으로 태어나고 또 불법을 만나
  여러 겁을 수행하여 성불하기에 이르렀다가
  솔바람이 자리에 불어와 눈에 티가 들어가서
  한 번 성을 냈더니 뱀의 몸을 받게 됐네
  幸奉佛法得人身
  多劫修行近成佛
  松風吹榻眼中柴
  一起嗔心受蛇身

  천당이나 부처님 세계에 나는 것과 지옥으로 가는 것이
  오직 사람의 몸으로 인연을 지음이네
  내가 예전에 비구로서 이 암자에 있었는데
  이제 뱀의 몸을 받고 보니 한스러움이란 이루 말을 할 수 없구려
  天堂弗刹與地獄
  唯由人身作所因
  我昔比丘住此庵
  今受此身恨萬端

  이제 내 차라리 몸을 바수어 가루를 만들지언정
  맹세코 평생토록 성을 내지 않겠네
  원컨대 스님께서 염부제에 돌아가거든
  나의 몰골을 말해서 뒷사람들을 경계케 하소
  寧碎我身作微塵
  誓不平生一起嗔
  願師還向閻浮提
  說我形容戒後人

  뜻은 품었으나 말로 다 못하니
  꼬리로 나마 글을 써서 나의 진정을 알립니다.
  원컨대 스님께서 이 글을 벽에 걸어 놓고
  화가 날 때가 있으시거든 쳐다보소
  含情口不能言語
  以尾成書露眞情
  願師書寫懸壁上
  欲起嗔心擧眼看

  이 홍도 비구의 이야기가 성내는 것을 경계한 것인데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어디 성을 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화가 치미는 일이라도 웬만하면 참아야 한다.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지 않아도 여유를 두고 지혜롭게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지 않아도 여유를 두고 지혜롭게 생각을 해보면 일이 잘 풀리는 묘한 방법이 떠오를 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는 여유를 지녀야겠다. 어떠한 어려움을 당해도 마음은 태연해서 가볍게 동하지 말아야 한다.

  옥개가 짖을 때는 날이 아직 새지 않더니
  금닭이 울자 오경의 처음이 되네
  玉狗吠時天未曉
  金鷄啼後五更初

  할 한 번 하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