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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9-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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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아닌 풀을 찾아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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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돌부처
 조회 : 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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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기바耆婆가 의학을 10년 간이나 배웠다.
십년을 배운 뒤에는 ‘얼마나 더 배워야 의사가 되는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래서 자기 스승에게 물었다.
'제가 10년 동안이나 의학을 배웠는데, 얼마나 더 배워야 의사가 되겠습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그래, 그럼 네가 어디든지 가서 약초가 아닌 풀을 뜯어 오너라.”
기바가 산으로 들로 헤매며 약초 아닌 풀을 찾아 다녔으나 약초 아닌 풀은 하나도 없고 모두 다 약초였다. 이 풀은 어느 병에 해당되고 저 풀은 어떤 병에 잘 듣겠다는 것이 마치 거울 속에 자기 모습 부듯이 환히 알겠다. 이 산 저 산으로 다녀 봐야 도저히 약초 아닌 풀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스승에게
“제가 사흘 동안이나 온 산천을 다 헤매며 찾아보았지만, 약초 아닌 풀은 발견 할 수가 업었습니다.”
“그래, 그만하면 훌륭한 의사 노릇할. 자격이 있구나. 이제 떠나거라.”
여러분들이 이 도리를 참구參究하는 데 1700백가지 화두話頭 가운데 하나를 들고 참구한다.
공부하는 데 화두가 금방 거기 있던 것이 어디로 갔는지, 문을 닫아 놓았는데 산으로 들로 다녀오고 그렇지 않으면 지나간 일 현재 일 미래일이 죽 끓듯이 끓고, 도道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렇지마는 이 자리를 바로 알면 온갖 것이 도 아님이 없다. 우리의 일상생활 밥 먹고 옷 입고 하는 온갖 것이 도 아님이 없다. 정신을 한곳으로 모아서 무사무념無思無念 그 무아의 경지에 들어가야 한다.
예전에 고인古人의 기연機緣을 하나 이야기하려 한다.
소산 광인선사疎山光禪師라는 분이 있었는데, 누가 불법佛法을 물으면 나무로 깍은 뱀을 들어 보이고는
“이것이 조가曺家의 여인이니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불법을 어떻게 물어도 늘 나무뱀을 들어 보이곤 하였는데 이것이 곧 법문法門인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사유가 서려 있는가 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조씨라는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다가, 어떻게 잘못하여 그곳 바닷물에 빠져 죽었다. 동행하여 가던 사람이 조씨의 부인에게 가서 “당신 남편이 물에 빠져 죽었다.” 고 슬픈 소식을 전하여 주니, 그 부인이 애통해 하며 자기 남편이 빠진 곳에까지 데려다 달라고 한다. 그래서 함께 배를 타고 남편이 빠진 곳에 오니, 그 여인이 바다에 뛰어 들자 아내 흔적이 없이 가라앉았다. 사흘이 지난 뒤 바닷가에 조가의 여인이 죽은 자기 남편을 껴안고 파도에 떠밀려 왔다. 그 망망대해에 어디 가서 죽은 남편을 껴안고 나왔는지, 참으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노릇이다.
소산스님이 공연히 나무뱀을 들고 ‘이것이 조가의 여인이다.’라고 한 것이 아니라 조가의 아낙이 바다에 뛰어 들어 자기 남편의 송장을 껴안고 바닷가에 떠밀린 그것을 말한 것이다.
송장이 가서 송장을 찾아 안고 떠밀린 뜻은 거기에 있다.
소산스님이 그렇게 늘 설법을 하였는데, 그 뒤에 자수선사慈受禪師라는 분이 여기에 착어着語를 달았다.
헤어지는 모습은 꽃이 웃는 것만 같지 못하고
이별의 정은 무심한 대나무와 같을 수 없어라
사람들에게 공연히 조가의 여인을 말해서
서로 생각하여 병만 점점 깊게 하는구나
別面不如花有笑
離情難似竹無心
因人說看曺家女
引得想思病轉深
소산스님의 나무뱀 이야기에 대하여 한 방망이 준 것인데, 어디에 방망이를 준 곳인가? 그것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또 규봉 종밀선사圭峰宗密禪師(789~841)는 출가하기 전에 제자백가諸子百家에 두루 통한 문장이었다. 환복宦福이 없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은 과거에 붙어서 벼슬을 하는데 초시初試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하고 낙방만 하였다.
이번에도 과거보러 갔다가 낙방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스님을 만났다. 그 스님은 신도 집에 경經을 읽어주러 가는 길이었다.
“벼슬을 하려고 과거보러 갔다 오는 길인데 나이는 자꾸 먹어 가고 아직까지 벼슬할 복이 못되는지 초시 한번도 못하였다.”
고 하자 그 스님이
“그까짓 세상허명을 무엇하러 구하는가? 우리 경 읽는 데나 함께 가게나.”
해서 함께 동행 하였다.
앞에는 스님네들이 경을 읽고 규봉스님에게는 원각경《圓覺經》을 주어 뒤에서 보게 하였다. 규봉스님이 그 경을 읽어보니
“세상에 이런 도의 진리가 있었건만 내가 이제 만나게 된 것이 너무 늦지 않은가?”
이렇게 감탄을 하고 발심發心을 하였다.
규봉이 그 스님네들에게 수행하는 법문을 묻고 부지런히 수행을 하였는데, 집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문적으로 할 수가 없고 지장이 많아서 출가하기로 작정하였다.
입산入山하며 읊은 입산송入山頌이 다음과 같다.
물을 끓여서 못에 얼음을 녹이려고 부으니
얼음이 녹는 듯 하더니 끓는 물조차 다시 언다
얼음을 가마솥에 집어넣으니
비로소 바늘 끝에 겨자씨가 자연히 서로 꿰이듯 하네
投湯消池永
永堅湯亦疑
將永投釜裡
針芥合自然
바늘 끝에 겨자씨가 꿰인다는 말은, 수미산須彌山에서 염부제閻浮提에 바늘을 세우고 겨자씨를 던져서 맞춘다는 말인데 참으로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공부도 여럿이 모여서 하니 자연히 잘 된다는 말이다.
상商 태재太宰라는 이가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성인聖人이십니까?”
“나는 널리 알고 두루 기억할 뿐 성인은 아니다.”
“그러면 삼왕〔三王= 하夏의 우왕禹王 ? 은殷의 탕왕湯王 ? 주周의 문왕文王〕이 성인이십니까?”
“삼왕은 지혜와 용기를 잘 썼을 뿐이지 성인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 바 아니다.”
“오제〔五帝 = 복희伏羲 ? 신농神農 ? 황제黃帝 ? 요왕堯王 ? 순왕舜王〕가 성인이십니까?”
“오제는 어질고 의로움을 잘 썼을 뿐이지,성인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 바 아니다.”
“삼황〔三皇 = 천황씨天皇氏 ? 지황씨地皇氏 ? 인황씨人皇氏〕이 성인 이십니까?”
“삼황은 배를 맞추어 정치를 잘 한 사람들이지, 성인은 나의 알 바 아니다.”
이 말을 듣고 태재가 크게 놀랐다.
“이런 사람들이 성인이 아니라면 그러면 어떠한 사람이 성인입니까?”
공자님이 얼굴을 움직여 잠깐 있다가 말했다.
“내가 들으니 서방西方에 큰 성인이 있는데 다스리지 않아도 어지럽지 않고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믿고 교화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行하니, 탕탕무애蕩蕩無碍하며 사람이 무어라 이름할 수가 없다.“
이 말을 의거할 것 같으면, 공자님도 부처님을 큰 성인인 줄 능히 안 것 같다.
나의 이런 말들에 낙처落處를 알아야 한다.
반야 바라밀이 반야 바라밀이 아니라 이 이름이 반야 바라밀이요, 금일 설법이 설법이 아니라 이 이름이 설법이니라. 이 가을 기특한 일이 하나 있으니 잘 들을 지어다.
하고 큰소리로 할喝 한 번하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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