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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3-06 08:21

일구(一句)이야기 - 통도사 극락선원 고원 명정스님 부처세상 500회 기념 법문

글쓴이 : hmju111

일구(一句)이야기

통도사 극락선원 고원 명정스님 500회 기념 법문

시집가는 날 등창 생긴다고…

우슨 얘기같지만 저한테 해당된 예기라. 왜냐하면 내 괜찮다가 설사해갖고 힘이 하나도 없는데.

근데 워짜노 여기 이렇게 앉어 있는데 여러분은 못생기고 으름하게 생긴 스님이 무슨 소릴 할라는고~ 근데 마침 ‘맑은 소리 맑은 나라’ 라는 이 책에 기고했던 게 있어서 이게 얘기 거리가 돼 갖고 제목은 “일구(一句)이야기”네

어느 선원에서 경봉 스님께 ‘영산회상의 꽃을 들어 보인 도리’와 ‘조주스님의 앞니에 털이 난 것’ 그리고 ‘서산스님의 고기에 뿔이 난 도리‘를 물어왔다. 여기에 경봉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하였다.

이 조주스님의 앞니는 ‘판치생모’ 판치가 앞니 맞지요 잉? 경봉 노스님 답

기처여시문(幾處如是問)

미소일구자(未消一句子)

막탐고조강(莫貪古粗糠)

보검불참시(寶劍不斬屍)

몇 군데나 이렇게 물었나

일구(一句) 도리를 해결하지 못했구나

고인들이 먹던 지게미를 탐하지 말라

보검으로는 송장을 베지 않노라

미소(?)

“한 가지 이치로 넉넉하게 통하는 도리를 즐겼던 분들인데, 도인들이 먹던 지게미를 가지고 번거로이 묻는 것은 허물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

근데 이게 무슨 얘기냐 하믄, 한 가지 이치로 넉넉히 통하는 도리 그니까 그 부처님 ‘삼처전심’이 뭐냐하믄 가섭 제1조 삽삼조사 가섭존자 1조, 2조 아난존잔데

부처님 법문하는데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데 가섭이 오셨거든. 가섭존자하고 좌를 같이 앉은 건 처음 법을 전하신거고 영산회상에서 법문하시는데 하늘에서 좋은 꽃들이 막 뿌리는데 그 중에 하날 들어.

그 절에 가믄 조실스님 방을 염화실(拈花室)이라 하거든. 좌불 拈자 꽃 花자.

이게 뭐냐하믄 부처님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보였는데

백억 대중이 못 알아보고 가만있어. 가섭존자가 환한 미소하심을 거기서 인제 정법안장을 전하시고 그래. 그 방장실을 염화실 이라고 해요. 꽃을 들어 보이신. 부처님 열반하셔갖고 가섭존자가 제일 나중에 도착하셨는데 곽시쌍부 곽 밖으로 돌아가신 분이 어트게 발을 내 보일 수 있노. 근데 발을 내 보이니까 아 그냥 그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나고 그래. 그 젤 첨에는 부초님 삼처전심(三處傳心)에 꽃을 들어 젤 첨에는 부처님 삼처전심에 그 꽃을 들어 보인 거, 두 번째 자리를 나누신 거, 세 번째 가섭존자가 낭중에 이케 곽 부처님 입적하신 뒤에 오셨는데 곽 밖으로 발을 내밀어 보이신 거 그게 삼처전심(三處傳心)이라.

언젠가 어느 선원에서 조실스님이 당시 선사스님 법어집을 보내왔는데, 노사가 그를 보고 난 뒤에 이렇게 답하였다.

‘선사 스님의 법어에 일구법문이 빠져있는 것이 유감이다.“

그러자 즉각 답이 왔다.

“석가달마 이후에 몇 사람이나 일구법문이 되지 않았습니까 다 일러 보내주십시오.”

그 뒤에도 몇 차례 문답이 오고갔는데 다음과 같이 답을 보내고 마쳤다.

“끝내 자기 법사에 일구법문을 마치치 못했구나 코가 석자로다. 쯧”

요즘 아이들 농담에도 이런 말이 있다. “얘야 어디 아 해봐라 속이 시커멓구나.” 또 선문에도 개구견담(開口見膽)이라했다. 입을 열면 속이 보인다는 뜻이다.

아 해봐라 니 속 좀 보게.

선사들의 그 찬란한 경지를 농축한 것이 선게(禪偈)인데 이것은 장문이거나 서술적일 수 없다. 길거나 설명을 붙이면 이미 긴장감과 폭발력이 사라지고 향기의 분위기는 반감된다.

심지반게만연공(心持半偈萬緣空)

마음속에 반 개만 줄여도 오만 인연이 사라진다

일구나 이개도 오히려 많고 길어서 반으로 줄여 놓았다.

분골쇄신미족수(紛骨碎身未足酬)

일구요연초백억(一句了然超百億)

일구곡한천고조(一句曲寒千古調)

만중청벽월래초(萬重靑碧月來初)

일구명명해만상(一句明明該萬像)

중양삼월국화향(重陽三月菊花香)

분골쇄신해도 오히려 갚을 수 없음이요.

일구가 요연히 빛나 백억가지를 초월하네

일구의 곡조 서늘하여 천고에 이르니

아득한 푸른 하늘에 달이 돋누나

일구에 밝게 삼라만상에 뿌리니

중양절 삼월에 국화가 향기롭네.

선구에 일구의 매력을 빼면 별 볼 일 없을 지경이다. 근데 경봉노사 생전에 한암노사의 선문은 숫제 일구니 반개니 하는 것마저 생략된 적이 있었다.

백지를 보내온 것이다. 뭐라고 무슨 도리냐 뭐라고 묻고 이런걸 숫제 생략하고 봉투 속에 백지를 보내왔어. 큰스님 삼소굴 시자 때 스님 앞으로 온 것을 알거든. 그래갖고 선방에 나가셔갖고 그 땐 이미 한암스님 돌아가셔갖고 4년쯤 전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 그거를 선방 스님들한테 한 번 물으신 적이 있어요.

“옛날에 오대산에서 한암스님이 백지를 보내왔는데 느들 백지를 보내 오믄 어트게 답할래?”

그렇게 물으시고. 그래 그 백지 법문에 노사의 답은

까만 점 세 개를 적어서 그려놓고 허허 하고 보냈어.

한천막도무전곡(旱天莫道無田穀)

사월남풍대맥황(四月南風大麥黃)

가뭄이라 곡식이 없다 하면서도

4월 남풍에 보리가 누렇게 익었네

지금 지가 한 얘기들이 일구에 관한 얘긴데 이 저 부처님이 석가부처님이 가섭한테 처음에 연꽃을 들어 보이신 소식.

※ 삼처전심(三處傳心) : 1. 영산회상염화미소(靈山會上拈花微笑) 2.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 3. 쌍림열반곽시쌍부(雙林涅槃槨示雙趺)이라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