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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말씀은 명백, 받드는 사람이 시비 분별”
부산 원오사 신심명 강좌 현장
극락선원장 명정 스님 첫 직강 … 매주 화요일
2009.06.09 16:25 입력 발행호수 : 1001 호 / 발행일 : 2009-06-09
 
극락선원장 명정 스님의 신심명 대중강좌에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이 없는 것이다. 오직 꺼리는 것은 간택하는 것뿐이다.” 쉽고 간결하게 불교의 핵심을 담았다고 평가받는 중국 선종 삼조 승찬 대사의 『신심명(信心銘)』의 첫 구절이다.

그러나 불자들 중에서는 『신심명』을 난해한 글로 오해해서 대면하기를 꺼리는가 하면 막상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자로 단정 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잠시 걱정을 내려놓고 생각의 추를 뒤집어 자신의 속내를 살펴본다면, ‘선서는 어렵고 이해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자신과 진리의 세계 사이에 분별의 벽을 쌓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불도 부산에서는 최근 『신심명』의 가치를 새롭게 각인하는 강좌가 마련돼 생각을 바꾼 재가수행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통도사 극락암 부산분원 원오사(주지 정관)는 지난 5월 26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마다 『신심명』 대강좌를 개설했다. 3개월 과정으로 진행될 이번 강좌는 통도사 극락암 호국극락선원장 명정 스님이 직접 대중을 상대로 펼치는 첫 번째 강좌다. 법석의 초청도 마다하는 스님이 선뜻 강좌를 수락하고 강단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성인의 말씀은 쉽고 명백합니다. 『신심명』도 그렇습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어렵다고 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합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진리에 접근하는 길이 차단될 뿐입니다. 물론 『신심명』을 들고 강단에 섰지만 말재주 없는 제가 말로 표현하려 하고 있으니 힘들기가 여간한 게 아닙니다. 얼른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말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담백한 스님의 표현이 오히려 더 강좌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교재인 ‘신심명 중봉 명본 선사 벽의해(闢義解) 본’은 『신심명』 각 구절에 명본 스님이 직접 의해(해석을 붙여 따지는 이들의 견해), 벽해(의해에 대해 소상히 시비를 밝힘), 게송 등 세 부분으로 명(銘)의 뜻을 제창한 책이다.

이 책은 명정 스님이 30년 전 직접 번역했고 이번 강의를 위한 교재로 새롭게 재간했다. 스님은 “젊은 수좌 시절, 각화사 동암에서 시작해 오대산 중대에서 번역을 마무리하기까지 50여 일 동안 오로지 번역에만 집중했다”며 “그 때 꽉 막힌 구절을 만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책을 덮고 나와 80여 리를 포행하고 보니 문득 그 구절이 풀렸다”고 회상했다.

신심명 대강좌에 수강을 신청한 불자들은 50여 명이다. 원오사 신도는 물론 사찰 문을 두드린 초심자부터 수십 년 신행 생활을 한 베테랑 불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한다.
“『신심명』 첫 출간본을 제본해 수차례 반복해서 읽었다”는 법성화 보살(47)은 “해설하신 스님께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스님의 수좌 시절의 수행 일화를 들을 수 있어서 공부에 귀감이 된다”고 가치를 소개했다.

박종웅 거사(54, 고암) 역시 “불서를 많이 접했지만 『신심명』은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강좌 소식을 듣고 직장생활 중 시간을 내어 참여하는 중”이라며 “이제 깨달음의 길, 수행자의 삶을 실천하겠다는 발원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공부하는 수행인의 의지를 보였다.

논리적인 강의, 해학 넘치는 입담은 아닐지라도 오랜 수행을 바탕으로 한 명정 스님의 생생한 『신심명』강의는 수행하는 불자들에게 그 자체로 귀감이 되고 있었다. 원오사는 불자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워지자, 시간과 거리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불자들을 위해 홈페이지에서 지난 강의 전체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지 정관 스님은 “요즘 불자들은 선을 지식적으로 이해하는 단계를 초월해 선 수행을 위한 마음자세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강좌가 대중적으로 선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할지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강좌에 대한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051)542-7949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