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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3-13 11:40

고원 명정선사1

글쓴이 : 최고관리자

승가의 수행은, 중생들 똥 오줌 치워주기 위한 공부로 꽉 들어차야...

잘들 지내고 계셨지요?
한 달에 한 번 오는 법문시간이 저는 참 기다려집니다.
법문을 그리 잘하는 편은 못되나 원오사 오는 날이 저는 기다려집니다.
여러분들 만나고 싶어서겠지요. (웃음)

오늘은 경허스님 말씀을 좀 해 드릴까 합니다.
경허스님이 얼마나 훌륭한 선사였나 하면, 그 제자들을 보면 압니다. 경허스님 밑에서 수학한 스님들이라면 한암, 만공, 수월스님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제자들의 면면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얼마나 철저하게 살다 가셨습니까? 경허스님은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런데 태어나 사흘 동안 울지 않고 사흘이 지나 울었다고 합니다. 난 사람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아주 남다른 모습을 타고나더군요.성장과정에서도 마찬가지구요. 경허스님은 스믈세살 나이에 동학사 강사를 지내셨습니다. 당시에는 동학사가 비구스님 처소였거든요. 강사라면 예나 지금이나 공부가 어느 정도 익고, 인정을 받아야 하거든요. 근데 강사를 하던 스님께서 자신의 부족한 수행력을 자책하며 학인들에게 이르기를, "내 공부가 미진하여 여러분들을 더는 가르칠 수가 없으니 여러분들께서는 선지식을 찾아가
공부의 길을 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하고는 동학사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 경허스님의 불교관은 정말이지 남다르셨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지요. 스님의 수행은 언제나 낮고 낮았습니다.

"승가의 수행이란 평생 수행해서 중생들 똥, 오줌 치워주는 일이며 그 일 하자고 절에서 평생 살아가는 겁니다. 그러니 중생들은 그 똥, 오줌 치워주는 승가를 위해 보시바라밀행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강조하신 말씀이 색계, 무색계, 천상의 복락은 대단한 것이며 공부하는 것을 한시도 잊어먹어서는 안된다는 말씀이셨어요.

그런가 하면, 스님께서는 "내생에는 못 사는 집에 태어나 불문에 들어가 경전 수행하는 복이 주어지는 것을 최상의 복으로 알고 살겠노라."하셨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찌 경허집을 내지 않을 수있었겠습니까. 하하하. 제가 경허집을 번역한 것이 나이 마흔이 넘어였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인 동시에 불교사에 일대 획을 긋는 일이었습니다. 지금이야 극락암 제 처소인 원광제를 보수공사를 해서 예전 흔적이 없으나 바로 지난해 여름까지도 제가 앚아 번역 작업을 하던 책상의 의자 밑이 움푹 꺼져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자는시간, 먹는시간만 빼고 그 일에 전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지요. 나이 든 탓이라기보다는 게을러진 탓이지요. 대신 몇 해 전, 경허집이 불교계에 인정을 받아 한 대학교수가 경허집 영문판을 내서 화제가 됐어요. 얼마나 의미 있는 일입니까. 그러니 여러분들께서도 기대와 수행을 하시는 시간 외에 달리 시간을 내어 경허집을 한번 꼼꼼히 살펴보세요. 그 속에 무한한 진리의 세계가 담겨져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한창때는 하루 다섯 끼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 세끼 먹는 일도 힘이 듭니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예전의 그 밥값 하고나 있는지 제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합니다. 가만히 보면,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문제 앞에서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사람이 드문 것 같습니다. 공연히 신도들께서 갖다 주는 공양물만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요즘에는 자꾸 죄스러운 생각이 짙어집니다.

후회를 적게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을 점검하는 가운데 가능해지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불자님들 모두 다 자신 있고 넉넉한 일상을 꾸려 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