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깨달음의 문제를 보여주는 선문 얘기를 좀 해 드릴게요.

  고봉스님¹⁾이라고 하는 이가 있는데 이 분이 화두일념 된 상태에서 대중을 따라가지고 조사전祖師殿에 공양하러갔다가 거기에 큰스님 영정이 모셔져 있는데 영정이 뭔지 아시죠? 네, 영정이 있는데 예전부터 영정을 그렇게 모시면 찬讚을 썼어. 그 분 살아생전에 존경할 만한 일화라든가 혹은 그 분 법문이라든가 그 분을 기념할 만한 글귀를 한 줄 적어요. 그런데 3조 아 5조 법연스님²⁾이라고 하는 분이었는데 그 분 찬에 뭐라고 적혀있었냐 하면,

  백년百年이라 삼만육천조三萬六天朝 반복返覆이 원래시차한元來是此漢. 백년을 날짜로 따지면 삼만 육천일이 되는가봐요. 삼만 육천 백년이라 삼만 육천 날 매일 아침마다 바쁘게 설쳐대는 놈이 바로 이놈이다. 법문 내용이 그런 거였어요. 그걸 딱 보는 순간 법연스님이 그야말로 악! 소리를 내며 깨달았어요. 자기 주인공을 찾은 거예요. 처처가 바로 이거예요. 그래 깨달았는데……. 여기 얘기는 이만 해 놉시다. 

  “내가 법문이 익숙지가 않아서 숙달이 안 되서 여러분 들어도 그렇죠. 숙달된 조교가 아니죠?”

  몽산 스님이라고 하는 이 법문에도 보면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당신이 무無자 화두를 들다가 딱 깨달았는데 깨닫고 나서 허는 게송偈頌이 이런 뜻입니다.

  홀연히 발길 다 하였네

  발길을 돌이키니 물결이 물이로구나

  천하를 뛰어넘는 어 조주여

  네 면목이 다만 이것뿐이던가

  沒興路頭窮(몰흥로두궁)하니         

  踏翻波是水(답번파시수)로다        

  超群老趙州(초군노주주)여         

  面目只如此(면목지여차)로다

  이 무자 화두가 말하자면 조주스님이라 허거든요. 조주스님이 하신 말씀인데 깨닫고 나서 조주스님을 한방맹이 때리는 거라요. 조주, 조주해서 천하를 뛰어넘는 조주 다 사람을 놀래켰는데 깨닫고 보니까 당신 면목이 고작 요것뿐이던가. 그 앞에 깨달은 내용을 뭐라고 허고 있는가 하면,

  홀연히 가 계속 깨닫기 위해서 여기까지 걸어 왔는데 이제 그 끝까지 왔다. 질타해 질타해. 발길을 돌이키니 물결이 물이로다. 물결이 물이로구나. 이 한마디가 이 게송의 핵이거든요. 물결이 물이다. 아까 고봉스님은 ‘백년삼만육천조百年三萬六天朝에 백년을 하루같이 내 바쁘게 돌아치던 놈이 매일매일 자고 먹고 활동하던 놈이 이놈이로구나.’ 이 소리고, 저 몽산 스님은 ‘물결이 물이로다.’ 이 다르게 생각될지 모르지만은 둘 다 같은 경계라. 일체가 이것 아님이 없다. 자기 아님이 없다. 이런 뜻이에요. 이러헌 것은 이 몽산 스님이나 고봉스님이 이때 깨달았다하고 뒤에도 당신 법문에도 보면 이때를 소위 평환 깨달음을 얻은 때다 말은 하고 있지만 구경의 깨달음을 얻은 상태는 아닙니다. 왜냐면 아까 내가 말을 더 죽 나갈라다 말았는데 고봉스님이 그래가지고서 자기 법사 스님한테 문답하는 데 가서 꽉 맥히거든요. 근데 내가 이렇게 막판에 얘기해도 되는가 모르겄네. 에 저 점심 먹어야 되는데 배고플까봐.

  설암 조흥선사라고 법사스님인데 그이 찾아가서 깨달은 얘길 했단말여. ‘내가 이렇게 왁! 하고 큰소리 쳐서 일상이 오고가고 하는 내 나를 주제하는 주인공 이걸 분명히 알았습니다.’ 그러니까는 그 법사 스님이 물어요.

  “그래 그러면 일상에 오고가고 일상호호시日常浩浩時 일상이 바쁘게 돌아칠 때에도 이 주인공이 주제가 되는가?”

  안 도망가느냐? 일념상태, 주인공이 항상 그 자리에 있느냐? 그러니까 대답을 해요.

  “작득주作得主 그렇습니다.”

  “그러면 꿈속에서도 되느냐?”

  “됩니다.”

  상당히 공부가 깊은 거죠.

  “그러면 깊이 잠이 들어서 생각도 없고 보고 듣는 것도 없고 꿈도 없다 그럴 때 너의 주인공이 어디에 있느냐?”

  여기에 꽉 맥힙니다. 보고 듣는 것이 있을 때는 일각을 주제하는 주인공을 알겠는데 꿈속이라 서도 의식이 있을 때는 주인공을 분명히 알겠는데 식이 없는 상태 꽉 잠이 들어가지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 이때는 어디가 있는지 그거를 알 수가 없는 거예요. 몽산 스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오도송을 짓고 천하를 뛰어넘는 노조주여 그대 면목은 이것뿐인가 큰소리쳤지만은 자기 법사스님을 찾아가서 뵈었을 때 완산스님이라고 그러니까 자기 깨달은 얘길 해요. 완산스님이 묻습니다.

  “광명적조변하사³⁾ 이렇게 하는 게송이 있는데 이것은 장졸수재가 지은 것이 아닌가?”

  무슨 얘기냐면 요?  장졸수재⁴⁾ 일종의 벼슬이름인데 처산데 장졸이라고 하는 처산데 이이가 견성을 했어요. 견성을 해서 오도송을 지은 게 있는데 그게 글이 아름답고 해서 그 당시 사람인거 같애요. 그러니까 널리 익히고 있어요. 그 당시에 알만한 이들은 장졸수재가 깨달았다고 하는 오도송을 다 알고 있었어요. 그게 어떻게 시작이 되느냐 하면 처음에

  광명적조변하사光明寂照遍河沙 광명이 널리 온 사계를 비추나니 요렇게 시작이 돼요 시구가. 그걸 가지고 묻는 거예요.

  그게 누가 지은 거예요. 장졸수재가 지었잖아요. 뭐라고 묻느냐하면 “광명변조변하사 하는 이 게송이 장졸수재가 지은 게 아닌가?” 질문이 됩니까? 좀 이상하잖아요. 에 바로 여기에 뭐가 있어요. 이러니까 아 명색이 깨달았다는 조주를 우습게 한 방망이 내리 친 사람인데 대답 못하겠어요. 딱 뭐라고 한 마디 하니까 문을 딱 닫아버려요. 옛날에는 보통 우리나라도 그랬습니다. 어른스님 방이 두 개로 돼 있습니다. 안방, 당신 침실 겸 안방이 있었고 사람들 오면 저 미닫이가 있어가지고 고 밖에 방에서 인자 친견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밖에 방에 앉아 있으니까 몽산 스님이 뭐라고 대답을 할라고 하니까 문을 딱 닫아 버리는 거라. 아니라 이거예요. 너 말해봤자 아니니까 들을 것도 없다 이거예요. 아 자기가 몰라가지고 맥혀 가지고 아니라고 했으면 덜 화가 났을 거예요. 자기가 분명히 확실히 안다 싶어서 자신 있게 말할라 허는데 딱 닫아버리는 거여. 그러니까 정말 콱 맥히는 거라. 나 다 아는데 모른 게 하나도 없는데 그런데 긍정을 안 하는 거예요. 이렇게 이 깨달음의 세계는 깊이가 한정이 없습니다. 내가 왜 이 얘기를 허는고? 하면 이렇게 두두 물물이 자기 아님이 없다는 하는 이 경계가 그렇게 깊은 경계가 아니라는 깨달음이라고 하지마는 그렇게 깊은 곳이 아니라서 공부하는 수좌들이 흔히 접하는 경계다 그 말을 해드릴려고 내가 이 얘길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