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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1-02 11:11

부산일보 종교칼럼 기고

글쓴이 : 원오사

'숨 쉴 수 있어서 바라볼 수 있어서 만질 수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말할 수도 있어서 들을 수도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이 중에서 하나라도 내게 있다면 살아 있다는 사실이죠, 행복한 거죠.'

며칠 전 모 방송국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힐링 콘서트에 다녀왔다. 추가열이라는 가수의 '행복해요'라는 노래가 유난히 가슴에 와 닿아 사찰에 와서 다시 들어 봤다. 정말 살아 있어 행복하고 내 주변 모든 존재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 사찰에 주지 소임을 보게 되면 종종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방문하게 된다. 그 선한 눈빛을 보노라면 삶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시간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를 되새겨 보게 된다. 말기 폐암으로 투병하던 신도님 병문안을 가 보면 거친 호흡으로 정말 숨 쉬기 어려워한다. 거친 숨소리를 듣다 보면 내가 지금 편안히 숨 쉰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함이 절로 난다.

사십구재 중에 우리 어머니는 한평생 말을 못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다음 생에는 말 잘 하는 몸을 받도록 기도해 달라는 딸의 떨리는 음성을 들으면서 아, 말 못 하는 장애를 가진 분들을 생각하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항상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하고 때론 아예 느끼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시한부 인생을 살던 이가 죽기 직전까지 그토록 바라고 그리던 그 모든 행복을 맘껏 누리면서도 항상 불평불만을 달고 살지는 않는지 반성해 본다.

행복의 문제는 어떤 태도로, 어떤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는가의 문제이지 않은가 싶다. 한평생 장님으로 살던 이가 한쪽 눈을 수술해서 세상을 보게 됐다면 그 사람은 전의 삶보다 매우 행복해할 것이다. 그러나 건강하게 살아가던 사람이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면 엄청난 실망과 실의로 삶을 살아갈 것이다. 한쪽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똑같지만 한 사람은 행복으로, 한 사람은 절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노래 가사처럼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삶 자체가 행복이지 않은가 싶다. 힘든 세상이지만 누군가 내가 존재해 행복해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꿋꿋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삶은 말할 수 없이 행복할 것이다.

정관 스님 양산 통도사 극락암에서 명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지금은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원오사 주지로 있으면서 (재)꿈나무가꾸기명정장학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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