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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7-10 00:01

지도무난 유혐간택

글쓴이 : 원오사

1. 至道無難 지도무남
唯嫌揀擇 유혐간택

지극한 도(道)는 어려울 것이 없는 것이다
오직 꺼리는 것은 간택하는 것뿐이다

神光�赫萬靈罔測踞群象之深淵啓重玄之大宅臨濟用金剛王發雷轟霆震之令望影尤難德山遣木上座奮風馳電走之威追�莫及陶形鑄象不居其有功負海擎山似覺其無力黃面漢四十九年有手只好拏空白拈賊千七百箇有口惟堪掛壁最見成難委悉擬向當陽指似伊早是門前起荊棘

신광(神光)이 밝게 빛남을 온 생령(生靈)들이 헤아리지 못하니 군상(群象)의 가장 깊은 곳에 웅거하며, 중후하고 현묘한 세계를 계시(啓示)하도다.
임제(臨濟)1)가 금강왕보검2)을 써서 천둥벽력 같은 영을 내리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 더욱 어렵고, 덕산(德山)3)이 방망이를 날려 바람처럼 몰아치는 위세를 떨치니 추종할 수 없구나. 질그릇 틀이나 쇠를 녹여 붓는 틀에 공이 있다 할 수 없고 바다를 지고 산을 드는 것도 힘이 있다 할 수 없다.
부처님이 사십구 년 간 설법한 것은 손이 있으나 허공을 잡기에 알맞고 백념적(白拈賊)4)의 천칠백 명5)은 입이 있으나 오직 입을 걸어 둘 만할 뿐이다.
가장 잘 드러난 것일수록 알기 어려우니, 분명하게 들어 보이려 하더라도 벌써 이것은 문앞에 가시밭이다.

【註】 1) 임제(臨濟. ?~867년). 의현(義玄)의 호(號). 임제종의 개조(開祖). 황벽 희운(黃蘗希運)의 법을 이었다.
2) 금강왕보검. 굳고 예리한 두 가지 덕의 비유, 지혜의 보검.
3) 덕산(德山. 782~865년). 선감(宣鑑)의 호(號). 용담 숭신(龍潭崇信)의 법을 이었다.
4) 백념적(白拈賊). 맨손으로 교묘히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 솜씨 좋은 것의 비유이다.
5) 천칠백 개. 선가(禪家)에서 불조(佛祖)가 교화 제도할 기연(機緣)에 응하여 제기한 격외(格外)의 말. 그 수가 천 칠백이다.

祖師道至道無難唯嫌揀擇義解者謂此兩句乃一篇之要綱一銘之本旨然信之一言全該悟證非信行之信也如法華之諸子於會權入實之際作信解品以述其懷吾祖目之曰至道唯佛證之曰菩提衆生昧之曰無明敎中彰之爲本覺皆一心之異名也至若�該名相涉入色空異轍殊途千條萬目豈乖優劣靡隔悟迷莫不由斯而著如趙州之栢樹子楊岐之金剛圈密菴之破沙盆東山之鐵酸� 異端竝起邪法難扶則知至道之話行矣該通事理融貫古今說箇無難早成剩語然聖凡染淨極目全眞揀擇情生逈乖至體是謂惟嫌揀擇也下文雖殊悉稟其意

조사가 이른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을 의해자(義解者)가 말하기를, 이 두 구절이 이 한 편의 근본 요점이며 이 명의 근본 종지(宗旨)라 하겠다. 그러니 신(信)이라는 한마디 말은 깨달음과 증득함을 전부 갖춤이지 믿어서 실행하는 믿음은 아닌 것이다. 법화(法華)의 모든 아들이 방편을 모아서 진실에 들어갈 즈음에 〈신해품信解品〉을 지어서 그 본회(本懷)를 말하여 놓은 것과 같다.
우리 조사는 지목하여 지도(至道)라 하였고, 부처님은 증득하여 보리(菩提)라 하였고, 중생은 매(昧)하여 무명(無明)이라 하였으며, 교중에서 밝히기를 본각(本覺)이라 하였으니, 이 모두 한 마음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만약 명상(名相)을 두루 해섭(該攝)하고 색공(色空)을 섭입(涉入)함에 이르러서는 다른 철칙(轍則)과 길이 천차만별이라, 어찌 우열과 통하고 막힘과 오미(悟迷)를 어길 수 있겠는가. 모두가 이것을 말미암아 나타난 것이다.
저 조주(趙州)1)의 백수자(栢樹子)와 양기(楊岐)2)의 금강권(金剛圈)과 밀암(密菴)3)의 파사분(破沙盆)과 동산(東山)4)의 철산함(鐵酸�) 등 이단(異端)5)이 한꺼번에 벌어지는 것을 삿된 법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줄 알면 지도(至道)의 말을 알아서 실행할 수 있다.
사리(事理)를 갖추어 통하고 고금(古今)을 원융하게 관철하면 이 무난(無難)이란 말은 벌써 쓸데없는 군소리이다. 그러한즉 성인과 범부와 물듦과 깨끗함이 눈에 미치는 데까지 온통 참됨이며 간택하려는 생각이 나면 지극한 본체(本體)를 멀리 어김이라, 그래서 오직 간택하는 것만 꺼릴 뿐이라 하였다. 아래의 글은 비록 다르나 그 뜻은 그대로 옮겨진 것이다.

【註】 1) 조주(趙州. 778~897년). 남전 보원(南泉普願)의 법제자. 백수자(栢樹子)는 잣나무. 백수자(栢樹子)·금강권(金剛圈) 등은 선가(禪家)의 공안(公案) 또는 화두(話頭)이다.
2) 양기(楊岐). 자명 초원(慈明楚圓) 의 법제자. 방회(方會)의 호.
3) 밀암(密菴). 응암(應菴)의 법제자.
4) 동산(東山). 백운 수단(白雲守端)의 제자. 법연화상(法演和尙).
5) 이단(異端)이란 이교(異敎)의 뜻과는 다르다. 단순히 월격(越格)한 조사어구(祖師語句)의 여러 가지를 말한 것뿐이다.

闢曰依稀相似彷彿不同且至道二字任횝意解謂無難之旨須相應始得自非心開神悟妙契冥符逈絶見知超出言象者望無難之旨不翅天淵法根境相對差別互陳不能當處解脫擬將箇無難不揀擇底道理存乎胸臆又豈止於認賊爲子矣故於此不能忘言偈曰
至道不應嫌揀擇莫言揀擇墮凡情
快須��娘生眼白日挑燈讀此銘

벽왈(闢曰) 엇비슷하게 닮기만 하였지 같지는 않다. 아직은 지도(至道) 이자(二字)를 네가 임의대로 뜻으로 해석하는 데 맡기나, 어렵지 않다는 의지는 모름지기 상응(相應)1)하여야 한다. 스스로 마음이 열려 신령스럽게 깨달아 묘하게 계합하고 은밀히 부합하여 견해와 아는 것이 끊어져서 말과 형상을 초월하지 못한 이가 어렵지 않다는 의지를 바란다면 어찌 하늘과 연못의 차이뿐이랴.
법(法)과 근(根)2)의 경계가 서로 상대가 되어 차별이 서로 벌어져서 당처(當處)에 해탈을 못함이니, 저 어렵지 않음과 간택하지 않는 도리를 가슴에 지니려 한다면 어찌 도둑을 잘못 알아 자식을 삼는 것에만 그치랴. 그래서 능히 말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게왈(偈曰)
지극한 도는 간택함을 꺼리지 않나니
간택하는 것이 범상한 뜻에 떨어진다 하지 말라
어머니가 낳아준 눈3) 잃고는
대낮에 등불을 돋우며 이 명(銘)을 읽는구나

【註】 1) 상응(相應). 서로 기맥이 통하여 조화(調和)를 이룸. 계합(契合)의 뜻이다.
2) 법(法)은 육진(六塵) 가운데 법진(法塵), 근(根)은 육근(六根)을 말한다.
3) 낭생안(娘生眼), ‘자기에게 있는 보장(寶藏)은 어떻게 하고’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