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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9-09 16:14
曹家의 여인
 글쓴이 : 돌부처
조회 : 2,684  
법좌에 올라 이르시되

  오늘 단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모든 일이 마땅하여 모심기도 끝내고 채소도 풍성하게 자라니, 아난阿難이 합장하고 가섭迦葉이 눈썹을 날리는 시절이라 곧 영산회상이로다.

  다시 일반 기특한 일이 있다 하시며 선상禪床을 한번 치시다.
  부처님이 영산회상에서 삼처전심三處傳心을 하셨는데, 그 가운데서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신 것, 하나만 알면 이것이 곧 구족다문具足多聞인 것이다.

  이 법은 입을 열어 말과 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종사가 법상에 오르기 전에 법이 다 되었고 청중이 자리에 앉기 전에 법이 다 되었다. 이것이 곧 구족다문이다.
  여기서 살펴보아야 선가禪家의 진진한 묘미妙味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의 진리 법문은 참으로 만나기 어렵고 듣기가 어려운 것인데 한 번 들으면 마치 천년 만 년이나 어두운 방에 등불을 밝힌 것과 같고 천 년 만 년이나 더럽혀진 못에 수청주水淸珠를 넣은 것과 같다. 이 수청주라는 구슬은 아무리 더러운 못에라도 넣으면 물이 맑아지는 보배 구슬이다. 그래서 금생今生에 오만 가지 망상 번민과 모든 죄업이 이 법문만 들으면 다 없어진다.
  이 대승법문大乘法門을 모르고 듣더라도 한 번 들어서 여러분들의 여래장에다 넣어 놓으면 여러분들이 나중에 이승을 떠나서 나쁜 갈래를 헤매더라도 이 진리 법문이 여러분들을 밝은 길로 인도한다. 곧 이 진리 법문이 영혼의 길잡이다.
  일상생활에 애로와 난관이 있으면 용기를 내어야 한다. 물도 흘러가다가 바위에 부딪치거나 돌에 부딪치면 소리를 내며 허공에 치솟아 흘러가고 또 깊은 구덩이를 만나면 많이 모여서 내려간다. 물도 흘러가다가 애로가 있으면 그렇게 용기를 내는데 하물며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진로에 애로가 있고 난관이 있을 때, 그것을 타개할 용기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용기를 내야 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 하는 용기를.

  이 부처님 법문은 짐승이나 허공을 나는 새나 미물들이 들어도 속이 시원해지고 해탈을 얻게 되는데, 왜 그런가 하면 중생들의 말은 망상 속에서 나와 모두 때와 더러운 염착이 있지마는, 부처님은 탐진치貪嗔痴의 삼독三毒과 팔만 사천 진로塵勞가 다 벗어진 거기서 나오는 말이기 때문에 짐승이나 새가 듣고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도 듣기만 들으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이다.

  이 자리는 본래 고요한 자리건마는 자기 스스로 잘못해서 구정물 일으키듯 흔들어 놓은 것이다. 본래 고요한 자리를.….
  지극히 고요하면 편안하고 아늑한 경지가 들어오는데 몸과 마음이 함께 편안해 진다. 복잡하고 번민스럽던 마음이 맑아지고, 그 마음이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통한다. 진리를 통하는 것이다.

  비가 오니 모심기를 모두 마쳤는데, 볍씨를 모판에 뿌리면 거기서 움이 트는데 볍씨의 귀에서 터진다. 나락이 안 썩으면 움이 안 터진다. 움이 터져 벼가 자라서 가을에 나락을 거둘 때에는 한줄기에 적어도 이백 오십 낱이나 붙는다. 한 알의 나락이 썩어서….

  촛불도 제 몸이 타지 않으면 광명光明이 나지 않는다.  향도 제 몸을 사루어야 향기가 난다.

  자기가 가정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고 국가를 위하고 세계 인류를 위하자면 자기의 몸이 나락 썩듯이 헌신적인 정신으로 수고受苦를 아끼지 말아야 화평의 미덕을 얻을 수 있다. 나락이 썩고 향이나 초가 제 몸을 태우며 빛을 내듯이….

  봄이 와서 봄을 찾으러 아무리 다녀도 허탕만 치고
  공연히 짚신 신고 이 산 저 산으로 헤매었네
  집에 돌아와 웃으며 후원 매화 가지를 휘어 잡아 향기 맡으니
  가지마다 봄은 이미 무르녹았네

  盡日尋春不見春
  芒鞋遍踏龍頭雲
  歸來笑撚梅花臭
  春在枝頭已十分
 
봄을 찾으려고 자꾸 다녀도 봄을 못 보았는데 집에 돌아와 앞뜰에 매화 가지를 웃으며 휘어잡아 꽃향기를 맡아 보니 봄이 거기에 꽉 어려 있다는 말인데, 이 자리 소소령령昭昭靈靈하여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이 자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조금도 여의지 않고 곧 자기에게 있건마는 흡사 천 리 만 리나 멀어지고 어두워진 것 같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