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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1-02 09:27
結制示衆
 글쓴이 : 돌부처
조회 : 633  
법좌에 올라 주장자株杖子로 법상을 세 번 치고 이르시기를


  천성산 암자 화정루여

  향성香聲은 불어오고 흰구름 한가롭네

  아즉히 산빛은 의구히 푸른 데

  바람과 달이 오고가기 끝이 없구나

  千聖庵中和靖樓 

  香聲吹入白雲浮 

  遠方山色依然翠 

  風月相來也未休 


  법문은 이 게송으로 다 해 마쳤다. 그리고 이곳 대중이 매일 마음을 비우고 자기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알려고 정진하는 데 있는 것이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까 공양주에게

“물이 없으면 무엇으로 밥을 짓겠느냐?”

“개울물을 길어다 짓지요.”

“그럼 개울물도 없으면 어떻게 하지.”

“개울물도 없으면 생쌀을 먹지요.”

또 채공에게

“불이 없으면 무엇으로 된장과 국을 끓이느냐?”

“불이 없어서 국을 못 끓이면 생으로 먹지요.”

하니 내가 묻는 말에는 깊은 뜻이 있건만은 그것은 모르고 그렇게 밖엔 대답을 못하니 웃고 말 일이다.


  아난존자阿難尊子가 하루는 부처님께 말하기를

“제가 오늘 기특한 일을 보았습니다.”

“무엇을 보았느냐?”

“제가 오늘 성문으로 나가는 데 악사樂士들이 풍악을 잡히며 성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는데 무상無常으로 보았습니다.”

“나도 기특한 일이 있다.”

“무엇입니까?” 

“내가 어제 성문으로 나가는 데 악사들이 풍악을 잡히면서 성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는데 모두 풍악을 하는 사람들이더라.”

  부처님과 아난의 말은 하늘과 땅 사이처럼 현격한 차이가 있으니 그것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강물이 온갖 시냇물과 작은 물줄기를 합해서 흘러가 바다를 이루는 데 바다 물도 맑은 것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푸르고 하늘도 맑은 공기가 충만해서 새파랗게 보이는 것이지 본래 하늘에 푸른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

  물도 적은 것을 버리지 않고 그것이 모이고 합쳐서 바다를 이루듯이 우리가 공부하는 것도 앉아서 졸지 않으면 망상에 시달리는 데 그렇더라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석가여래가 별다른 이인가! 자기도 장부요 나도 그러하니 용기를 내서 하면 못 이룰 일이 없는 것이다. 이곳은 비구니比丘尼들이 모여 수행하는 곳이지만 이 마음자리에 어디 남녀상男女相이 있을 수가 있는가.

  크고 작고 길고 짧고. 내지 생사거래生死去來와 온갖 상대가 끊어진 자리이니 비구니도 하면 된다. 이 공부를 자꾸 해서 구경究境에 이르는 것이 마치 자정子正이 되면 캄캄하던 거시 새로 한 시가 달라지고 세 시 네 시가 다르고 시시각각으로 밝지는 않았지만 훤한 기운이 뜨는 것이 달라진다.

  날이 훤하게 새자면 다시 캄캄하여 졌다가 밝아지듯이 수좌首座가 공부하는 것도 이와 같다. 공부를 지어가다 보면 공안公案이 도무지 들리지 않고 어름할 때가 있는 데 그것은 마치 무엇과 같으냐하면 사냥꾼이 눈 위에서 산양山羊의 발자국을 따라 쫓아가다가 산양이 뿔을 나뭇가지에 걸면 발자국도 산양도 모두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때를 당해서 자칫 잘못하면 막연히 속는 수가 있으니 더욱 힘을 내서 공부를 간절히 지어 가야 한다.

  다른 꽃들은 겨울에 다 시들고 말라 하나도 피어 있는 것이 없는 데 오직 눈 가운데 매화는 모진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워 그윽한 향기를 토한다.

  이 공부도 죽자 살자 생명을 달아 놓고 해야 되지 여간해서는 도저히 이루지 못한다.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겨야 되는 것이 마치 무엇과 같은가 하면 초목이 추운 겨울에 꽁꽁 얼었다가 다시 봄이 오면 잎이 피어나고 꽃도 피는 것처럼 우리 수도인들도 뼈를 갈고 힘줄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라도 참아가며 피나는 노력을 해야 온 누리에 홍일점과 같은 찬연한 진리의 광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현하고도 오묘함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비 갠 뒤 강남에 여름날이 길어졌구나

  玄玄妙妙何須說 

  雨後江南夏日長 

                 

  할 한 번 하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

돌부처 12-11-02 09:30
 
시들고 말라 바람에 흩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이 가을의 모든 풍경의 향기를 담아봅니다.  그 오묘한 도리를~ 오직 이 뭣고~